이콘은 하늘을 향해 있는 창문이다. 이 창문은 특별한 시선과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위해서만 열린다. 경구와도 같은 이 말은 이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짧은 현답이다. 이콘은 그림이 아니다. 그림이 선과 색을 통하여 현세의 모든 현상을 묘사한다면 이콘은 다른 세계의 현상을 묘사가 아니라 제시한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인간과 동물의 세계, 자연과 사물의 세계는 삼차원 공간의 캔버스나 화벽 위의 환상적인 재현을 통한 그림으로 묘사되어 왔다. 반면, 수십 세기에 걸쳐 쌓여진 독특한 화법의 결정체로서의 이콘은 자체의 프리즘을 통하여 불가시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콘을 보다 가까이 하기위해서는 그것이 만들어진, 그 시대에 살던 사람들의 눈으로 보고자 노력해야 한다. 이콘을 창조한 사람들은 가깝게는 비잔틴 정교회의 수도사를 비롯하여 러시아 정교의 고행수도사나 귀의자들이다. 그들에게 신은 보편적인 우주의 진리이자 확고 불변한 실제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실의 목격자요 심판관이었다.
이 책은 비잔틴 정교의 세례와 함께 생성된 키예프 루시의 정교회 이콘을 서론에서 소개하고, 이콘에 대한 정의를 통하여 이콘의 기원, 그것의 의미와 사명, 화법과 유형, 그리고 이콘이 지닌 문학적 기능을 설명하였다. 문학적 기능은 고대 루시의 교회문학 장르를 비롯하여 러시아 현대문학속의 이콘을 주제 또는 모티브로 하는 대표적인 몇 편의 작품을 통하여 실증하였다. 그리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러시아 정교회문화의 흐름과 그 정신을 담고 있는 정교회의 성자전 문학을 개관하였다. 이콘은 정교회의 교리상의 정통성과 러시아 문학의 전통유산 그리고 러시아 민족정신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장실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명예교수
저서: 「러시아 문학사」(공저, 벽호)
역서: 왈리츠키의 「러시아 철학과 사상」(슬라브 연구사), 이스칸제르 「체겜의 산드로」(중앙일보사) 「죄와 벌」(중앙문화사)
논문-「러시아정교회 이콘과 문학」(한국노어노문학회)
「고대 루시의 의식극 연구」(슬라브 연구)